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혹은 대리모임신을 위하여 정자를 냉동보관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정자의 냉동보관을 위하여는 정자제공자와 정자은행 사이에 정자냉동보관계약이 성립한다. 현행법상 정자의 냉동보관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명문규정이 없고, 이미 냉동보관이 일상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정자의 냉동보관 및 그 인도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법적으로 유효하게 성립된다고 본다.
1. 정자냉동보관계약의 성질
정자냉동보관계약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정자의 보관을 위탁하고, 상대방이 승낙하여 성립하는 계약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자냉동보관계약은 임치의 일종으로 이해하거나, 혹은 임치에 유사한 무명계약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임치계약에서 계약종료 시 수치인은 임치물을 임치인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정자냉동보관계약의 성질을 임치계약으로 보는 한, 정자은행은 임치계약의 내용에 따라서 정자제공자에게 냉동정자를 반환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정자은행은 원칙적으로 자기 재산과 동일한 주의로 정자를 보관하여야 하고, 약정한 반환사유가 생기거나, 특별한 약정이 없더라도 존속기간이 만료되거나 정자냉동보관계약이 해지되어 계약이 종료되면 정자제공자에게 정자반환의무를 부담한다. 여기서 냉동정자의 법적 지위에 대하여 견해의 대립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권리객체로서의 물건이 되기 위하여는 비인격성을 지녀야 하고, 인체나 일체의 일부는 물건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인체의 일부가 신체로부터 분리된 때에는 물건이 되고, 원칙적으로 분리당한 사람의 소유권에 복종한다. 그리고 인체로부터 그 일부를 분리시키는 채권계약이나 분리된 인체의 일부를 물건으로 처분하는 행위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해석된다. 정자와 같은 생식세포도 분리된 때에는 물건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정자와 같은 생식세포도 다른 신체조직과 마찬가지로 인체의 한 조직에 불과하므로, 분리된 때에는 물건으로 보아야 한다고 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냉동수정란이나 심지어 생식세포에 대하여까지 인간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인간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견해나 정자 · 난자나 수정란은 직접적으로 인간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으나, 장차 인간으로 발달한 가능성을 가진 잠정적인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하는 의미에서 정자 · 난자 및 수정란은 비록 분리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하기는 곤란하다는 견해도 있다.
2. 정자냉동보관계약의 효력
본래 계약당사자 사이의 신뢰성이 강한 계약에서는 계약상의 지위가 오로지 본인에게만 귀속하고, 사망하더라도 계약상의 권리의무가 상속인에게 승계되지 아니한다고 본다. 그러나 임치계약은 계약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결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없다. 임치계약에서는 원칙적으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 계약상의 권리의무의 승계를 인정하더라도 계약상의 권리의무의 실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임치계약상의 권리의무는 계약당사자의 배우자 기타 상속인에게 승계될 수 있다. 정자냉동보관계약은 성질상 일종의 임치계약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정자냉동보관계약을 임치계약으로 본다면 정자제공자가 가지는 권리의무는 원칙적으로 그 배우자 기타 상속인에게 상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자냉동보관계약에서는 그 목적물이 단순한 물건으로 보기 어려운 정자이므로, 임치계약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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