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의료행위는 인체에 대한 침습행위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환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 환자의 동의가 의료행위의 전제조건이며, 또한 환자의 동의는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을 통하여 환자가 무엇에 즉 어떤 의료처치에 동의하는지를 알고 하는 경우에 한하여 유효한 동의가 된다. 설명 · 동의의 원칙, 즉 의사의 의무로서 설명이 요구되고, 그 설명에 근거한 환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의료행위가 허용된다는 원칙은 오랫동안의 법률과 의료 사이의 심각한 대결과 타협을 통하여 현재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근본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1. 윤리적 근거
의료행위에서의 설명과 동의는 윤리적으로 진실의무와 자기 결정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진실이 윤리적으로 요구되는 기본행위라고 하는 사실에 대하여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윤리적으로 누구든지, 특히 환자도 거짓이 아니라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진실에 대한 윤리적 요청이 역시 의료행위에 관한 의사의 설명에 대하여 적용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의료행위에서의 설명과 동의에 대한 다른 윤리적 근거는 환자가 자기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 즉 자기 결정권이다. 의료행위에 대한 자기 결정이란 환자 자신이 의료행위를 받을지, 의료행위를 받는다면 어느 범위까지 받을지, 누구에게 받을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특히 환자의 윤리적 자기 결정권으로부터 의사에게는 환자의 의사가 의학적 견지에서 비이성적일지라도, 그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윤리적 요청이 발생한다.
2. 법률적 근거로서 헌법상의 자기 결정권
본래 의료행위 자체는 본질상으로는 신체에 대한 일종의 침습행위이나, 환자의 동의 내지 승낙을 통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고 정당화된다. 그리고 환자는 자기의 질병상태, 의료행위의 목적 · 방법 · 위험성, 대체적 치료방법 등에 대하여 의사로부터 올바른 설명을 받고 그 내용을 이해한 후에야 자주적으로 어떤 의료행위를 동의 ·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으므로, 의사는 환자에게 우선 설명의무를 부담한다. 그리고 의사의 설명의무 속에는 의사 측의 충분한 설명, 제공된 정보에 기한 환자 측의 이해 · 납득 · 동의 · 선택이라는 두 가지 내용이 포함되며, 의사의 설명의무의 핵심은 환자의 주체성을 전제로 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의 보장에 있다. 그러므로 우선 법적으로 요구되는 의사의 설명의무와 환자의 동의는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에서 파생하는 자기 결정권에 근거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헌법 제10조가 의료행위에 필요한 설명과 동의 혹은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직접적으로 규율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므로, 역시 환자는 의료행위의 단순한 대상 혹은 객체가 아니라 자신의 신체와 건강에 대한 주인으로서 설명에 따른 정보에 기초하여 의료행위를 받을지 여부, 만일 받는다면 의료행위를 누구로부터 어느 범위까지 받을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을 위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에게 유익한 의료행위일지라도 거절할 수 있는 권리까지도 향유한다고 할 수 있다.
3. 계약법상의 의무
일반적으로 의사와 환자가 계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개시하는 순간에 이미 깊은 신뢰관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계약교섭을 개시한 의사와 환자는 신뢰관계로부터 계약의 체결이라고 하는 공동목적을 향하여 서로 협력하여야 할 계약체결상의 의무를 부담한다. 특히 의사와 환자 사이에 성립하는 의료계약에서는 의료계약의 체결에 관한 정보나 전문적 지식이 크게 불균형하다. 그러므로 이방적으로 의료계약의 체결에 관한 정보나 전문적 지식을 가지는 의사가 환자에 대하여 이미 계약체결의 과정에서부터 신의칙상 정보제공의무 내지 설명의무를 부담한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법적으로 의사와 환자 사이의 계약에 의하여 발생할 수도 있다. 환자가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요청하고, 의사가 그 요청에 응하여 의료행위를 개시하는 경우에 의사와 환자 사이에 법적으로는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의사의 환자에 대한 의료행위에 의하여 성립하는 법률관계는 계약관계이고, 흔히 의료계약 혹은 진료계약이라고 부른다. 의료계약에 의하여 의사와 환자 사이에는 사법상의 권리와 의무가 발생한다. 물론 의료계약에서는 그 주된 내용으로 의사의 진료의무와 환자의 보수지급의무가 서로 대가적 관계를 이루지만, 기본급부의무 이외에도 다양한 의료계약상의 의무가 성립할 수 있다. 역시 의사의 설명의무도 의료계약상의 의무가 될 수 있다. 계약상 성립하는 의사의 설명의무가 의료계약의 주된 의무인지, 아니면 부수의무인지는 계약내용 · 구체적 상황 · 계약의 목적 등에 따라서 결정되므로, 일률적으로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의료계약은 본질적으로 질병의 치료 혹은 병고의 해소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므로 의사의 설명이 의료계약의 본질적 내용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며, 의사의 설명은 단지 주된 급부의무인 치료의무에 부수하는 부가적 의무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물론 의사와 환자가 명시적으로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합의한 경우에는 환자에 대한 의사의 설명이 의료계약의 주된 의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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